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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해정신건강복지센터
댓글 0건 조회 618회 작성일 21-06-0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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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김해시보건소 정신보건센터 자문의 이국희)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 WHO(세계보건기구)와 IASP(국제자살예방협회)가 세계인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부터 지정한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들 기구들이 주목하는 한 가운데 우리 대한민국이 있다. ‘자살공화국,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라는 기사도 이젠 식상하다. 웬만큼 유명한 사람 아니면 자살을 해도 1면에 이름을 못 올린다. 당뇨병, 간질환, 교통사고 보다 이젠 자살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 죽어가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나로서는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다.



어린 시절 나는, 우리나라, 우리 동네의 자그마한 우리 집에서 우리 가족들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내 아들은 내나라, 내 동네, 내 집에서 내 가족들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있다. 우리 어릴 때에는 ‘아버지, 어머니 안녕하세요?’라며 동네 어른들께 인사를 하였지만, 요즘 내 아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어디 사는지, 누구 부모님인지도 모르는 어른들에게 ‘몇 층 눌러드릴까요?’하고 인사를 한다. 이젠 내 아버지가 즐겨 보시는 TV 프로마저도 ‘6시 우리 고향’이 아니라 ‘6시 내 고향’이다.



우리 동네에 살 때 나한테는 내 것이 없었다. 새로 산 장난감도 동네친구들과 다 같이 가지고 놀았고, 내 부모님도 친구들은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렀다. 큰잔치나 농사일로 마을이 바빠지면, 어른들은 집에서 나 혼자 쉴 수가 없었다. 왜냐면,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뭐든지 다 내 것이다. 집도 내 집이고, 동네도 내 동네고, 나라도 내 나라다. 그리고 목숨마저도...



대한민국이 자살공화국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 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나를 버리고 우리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목숨은 내거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자살을 부추겨 왔다. 내 목숨이 내 것이 아니고 우리 것인 시절엔 함부로 목숨을 버릴 수가 없었다. 왜냐면, 나는 우리 동네의 아들이고, 부모이고, 일꾼이고, 놀이꾼이었기에 내가 사라지는 것은 우리 동네의 아들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요, 부모가 하나 사라지는 것이요, 일꾼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요, 노는 멤버가 하나 사라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동네 어른들에게 ‘아버지, 어머니 안녕하세요?’하고 인사 하는 그 날이 올 때 자살율 1위라는 멍에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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