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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이은주, 정다빈, 유니... 갈수록 기사는 작아져만 갔고, 국민들의 관심과 경각심도 멀어져만 갔다. OECD 국가 중 자살 증가율, 연평균 자살률이 1위라는 섬뜩한 기사가 나와도 좀체 국민들의 관심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무관심 속에 이 땅에서는 5분마다 한명씩 스스로 이 세상을 마감하고 있다.

“자살할 권리가 있음이 바로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는 점이다.”라고 말한 쇼펜하우어의 궤변을 제외하곤 인류는 역사적으로 종교, 철학, 윤리 등을 통해서 자살을 금기시, 죄악시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그의 삶을 마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살자들은 어떠한 마음에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그들의 심리를 다 논할 수는 없지만,

흔한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도피성 자살이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짐이 너무 무거워 죽음으로써 그 짐을 벗고자 하는 심리에서 나오는 경우로, 나하나 죽으면 끝이다 라는 심정에서 나오는 자살이다. ‘하느님은 그가 감당할 만큼의 시련과 고난을 주신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그 개인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험한 환경에 처한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 작은 어려움에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종종 하곤 한다.

둘째, 내가 죽음으로서 남을 죽인다는 심리, 즉 복수심으로서의 자살이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혼나고 나서 “확 죽어버릴까?”하는 경우, 젊은 연인들이 헤어지고 나서 “평생 맘에 못을 박아주마!”하고 하는 자살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자신을 죽임으로서 타인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겠다는 심리에서 나오는 자살이다.

셋째, 죄책감을 씻어 버리기 위한 속죄의 자살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 흔히 보이는 자살 심리 중에 하나인데, 중요한 것은 자살이라는 파국적인 결과를 낳은 죄책감이라는 것이 본인의 천인공노할 만한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우울증이나 기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본인의 마음이 약해져 버려,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잘못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그 죄책감으로 인하여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의 줄을 아무렇지도 않게 놓아버린다는 것이다.

넷째, 헤어진 이를 다시 만나기 위한 재결합을 위한 자살이다. 사랑한 이를 잃고 그를 무척이나 그리워하다가 그를 따라 세상을 마감하는 경우, 또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남녀가 다음 세상에서 그들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동반 자살 하는 경우에서 볼 수 있는 심리이다.

다섯째,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은 욕망에서 나오는 자살이다. “공부, 공부, 공부하라는 지긋지긋한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어!”, “다음엔 꼭 부자로, 미남으로, 떵떵거리며 한번 살아보고 싶어”라는 심정에서 나오는 자살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살펴 본 여러 가지 자살 심리의 근본적인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기애(自己愛)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리 자기가 진 짐이 무거워도 열심히 그 짐을 지고 나가고, 타인이 아무리 자신에게 해를 가해도 그들을 용서할 줄 알며,

자신의 단점이나 잘못뿐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많은 장점과 가능성을 볼 줄 알며, 비록 사랑하는 사람을 이별 하였지만 자신의 마음속에서 그들을 추억할 줄 알며, 다음 세상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바로 이 세상에서 조금씩 조금씩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간다.

9월10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자살 예방의 날이다. 사회의 위기개입 서비스 개선, 공공 정신보건 시스템의 확대, 정신과 치료의 보편화 등 개선해야 될 부분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자살 예방을 위해 중요한 것은 우리 개개인이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